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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공 쌓기/생각 & 성장

절친들의 로맨스 |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 ...내가 가장 꼰대일 수 있겠는데?

며칠간의 성찰의 날들이었다.

한국 방문 후, 드레스덴에 돌아와서 나의 절친 사리따 언니와 조슈와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내가 한국에 다녀온 사이 둘이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가 되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소식이라 뇌가 멈춘 듯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어쨌든, 절친 두 명이 서로의 인연을 만나게 된 일이니까 축하해줬다. 또 그걸 바란 것 같기도 했고 해서.

친구들과 헤어진 후, 생각이 많아졌다. 썸을 탄지는 반년도 넘었다고 했다. 6개월 전에는 우리는 함께 여행도 했는데?  전혀, 티끌만큼의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너무 무뎠던 걸까?

여자 둘에 남자 하나, 친구사이라고 하기엔 누구 하나 연인의 감정이 생길 법한 게 당연한 건가? 대학원 과정 내내 우리 셋은 함께 했다. 언제나 삼총사처럼 수업, 과제, 시험, 신앙생활 그리고 거의 모든 여가시간을 함께했다. 그래서 난 스스럼없이 가족 같은 절친들이라고만 여겨왔었나 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나에게 끝까지 알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
연인 사이는 여전히 끝까지 하고, 결혼할 때나 알려주지......' 
그랬어도 서운했을려나? 어차피 이건 나의 바람일 뿐이고,  난 벌써 알게 됐으니 넘어가자.

한동안 상실감이 들었다. 두 명의 절친을 한꺼번에 잃은 기분이랄까? 그만큼 많이 가족처럼 나도 모르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셋이 놀다가도 어쩌다 둘이서만 만나서 이야기도 하던 시간들이 나름 더 좋기도 했었는데 둘이 연인이 된 이젠 둘이서만 만나는 일은 어려워졌다. 

내가 꼰대일 수도 였을 수도 있겠다. 지난 몇 년, 누구보다 가까이 그들을 봐왔기 때문에 그 차이 점들이 두드러지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차이, 문화 차이, 성격 차이......그들의 연인관계가 불안 했다. 

그러다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절친들의 행복을 위한 해피엔딩이 아닌 이 친구들과 겹치는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다.

상실감과 불안함 그리고 조금의 불편함이 공존했던 지난 며칠이었다. 난 우정의 현상유지를 원했던 것뿐인데, 한국에 다녀온 사이 난 이유 없이 불러내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절친들을 잃었다는 생각에 울컥하기도 했다.


지금 내 생각은, 내 절친들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하면 된 거다. 그리고 내 절친들이 가장 신중했다.

둘의 연인 사이를 내가 불안해할 걸 먼저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썸이 오가면서도 나에게 말을 못 꺼낸 만큼 고민이 많았겠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마도 그래서 지금도 종종 안부 문자가 친구들에게서 먼저 온다.

차이점은 모든 사람 사이에 불가피한 것이다. 나 포함해서 우리는 벌써 친구로서 여러 차이점을 이해하며 절친이 되었다. 그리고 둘은 연인으로서, 또 다른 차이점들을 서로 이해하며 타협점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함께 견딜만한 가치를 찾은 것이다. 다분한 이유로 따지고 재기도 하겠지만, 배려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이다.

지난 며칠, 상실감에 눈이 멀어 나의 좁은 식견들로 당사자들보다 더 현실적인 고민(?)들로 그들의 로맨스를 편언하지 않았나 하고 반성한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스쳐지나간 나의 억울함과 속상함을 이해해주길.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던 나의 절친들...... 나도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하며 스쳐 지났쳤을 텐데, 정작 "내 사람"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높은 잣대로 나의 준거틀에 맞추어야 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모든 일들은 나의 기대와 이해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을 언제나 기억하자. 그리고 포용하자.

"그럴 수도 있지"

앞으로 여러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있겠지만,
그와 관계없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신 나의 절친 두 분의 용기와 진심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