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약 2년 9개월 만에 가족을 보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뉴스에 나오는 일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처음이다.
31번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한국에 잠시 귀가하는 건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다.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
Korea Times 는 31번 확진자에게 "Super Spreader" [슈퍼 전파자]라는 별명도 주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이런 바이러스,
특히나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나라에 들어왔을때,
지역사회 감염은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하지만 특히 이번 31번 확진자가 뭇매를 받는 건, 바이러스 "확진자"라는 사실이 아니다.
바로 이 사람의 "태도" (행동) 때문이다.
사회가 바이러스에 예민한 이 시기에,
감염 검사 권고를 두 차례나 거부하고
자기가 의심환자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여러 공공장소를 다니며
바이러스를 본의 아니게 (?) 전파하고 다닌
이기적인 행동에 이렇게 돌팔매질을 받는 것이다.
난 현 상황에 타격을 받은 피해자가 되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분노와 억울함은 타당하다 는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받아들이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생각 프로세스 중,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이 손에 들렸다.
나도 모르게 그 확진자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과
"개인주의자"라는 개념에서 오는 그릇된 통념이 맞물렸나 보다.
사전적 의미를 빌리면, 개인주의자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도덕적 입장"이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 보는 전체주의를 비판하고자 생각 사상일 뿐,
개인주의자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작은 책임부터 부담 없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 받으려면, 그에 마땅한 개인의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하다.
개인주의자로써 존중을 원한다면, 공공의 이익도 존중해야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추구한다는 "개인주의자"의 미명 아래,
공공의 안녕과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는 오류가 있다.
즉,
"개인주의자" 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31번째 확진자가 감염 검사 권고를 두 차례 거부한 사실을
사회와 여론의 입장에서
단순한 자율적 개인 권리 행사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난, 글쎄)
그 외 이 책은, 전체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을 비판과
그 아쉬움 속에서 각 개인주의자의 성향 존중을 응원하며 그 필요성을 말한다.
그리고 책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 한 사회의 성숙함은 위기 속에서 비로소 분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회의 성숙함은, 사회 구성원, 각 개인의 성숙함의 평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단순 산술 평균 [arithmetic mean] 이 되기도 하겠지만,
때에 따라, 가중 산술 평균 [weighted arithmetic mean] 이 되기도 하겠다.
특히 31번 확진자는 코로나 의심 환자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큰 가중치,
(감염 검사를 받을) 책임감과 성숙함을 요하진 않았을까?
불과 약 20시간 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싱가포르 코로나 바이러스를 언급하며,
나의 귀국 여부를 멋쩍게 물어봤었다.
난 아주 자랑스럽게 한국은 외국 출입국자 관리와
역학조사, 환자관리 심지어 깔끔 떠는 국민성을 치켜올리면서,
"한국이 아시아 중에 가장 대처를 잘해!", "걱정 마!" 하면서
푼수를 떨었는데.....
대처를 잘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지니 더 아쉽다.
하지만 생각보다 독일에 남아 할 일이 많더라.
난 괜찮다.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빨리 사라졌다.
이번 기회에 스스로 되돌아본다.
주어진 책임감을 기꺼이 '잘' 지고 있는지.
나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성숙되어 가고 있는지.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하루빨리 전세계가 바이러스부터 모두 해방되는 마음을 담아서
포스팅 마무리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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