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완독을 하고 생각 정리 후 포스팅을 하는데, 이건 완독 후 바로 날 것의 느낌을 간직해두고 싶어서 초초초 습작을 기록한다.
이 책을 접한 계기는 수영언니가 한국 귀국 하기 직전 나에게 선물하고 간 책이다. 언니가 하는 말로는 문체가 다른 책이라고 했는데, 언니 말대로 정말 결이 다른 책이다.
오랜만에 독서의 여운이 묵직하고도 너무 강렬해서 글로 나마 이 느낌을 남겨두고 싶다.
책의 중후반 까지도 주인공의 어리석음에화가 절로 났다. 고구마 100^1000000개 먹은 듯한 답답함.
모든 것에 밋밋하고 궁색해 보이는 이 주인공이 하나도 멋지지도 않고 이게 왜 베스트셀러인지 의문이 들었다.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스토너의 급발진? 적인 결정들이 공감되지 않았다.
'뭐? 이렇게 대학에 남겠다고? 이렇게 결혼을 한다고? 생각은 하고 사는 사람인건가? 왜 이렇게 당하고 살아?'
어렸을 때,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가장 처음 읽고 느꼈던 그 느낌이 든다.
진부하지만, 마치 시멘트 위 들꽃, 아니.. 잔디?를 찾은 느낌이랄까?ㅋ
어수룩함과 무딘 칼날 같은 스토너의 삶이 너무 안타깝고 애잔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던 스토너의 삶은 행복했다'라고
표현한 저자의 또 다른 시선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너무 낯설었다.
(행복의 정의가 뭐였더라....?)
스토너가 살던 20세기 초반 그 사회의 고질적 관습의 피해자라고 생각되기도,
혹은 '그 관습 안에서 나름 그만의 방법으로 발버둥쳤던 것 인 걸까' 하고 궁금했다.
서글픈 건, 스토너의 부모도, 아내도, 친구도 주변 그누구도 그에게 좋은 인생의 멘토가 되어주지 못한 것 같다.
신중하지 못하고 진취적이지 못했던 그의 젊은 삶이 미련해 보여 책을 읽다가도 탄식이 절로 나왔다.
스토너는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 잔잔하지 않길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어떤 세상에서 나 대신 영웅이 되어 잘 살아 줬으면 했다.
어느 누구에게 지지않을 그런 야망으로, 인정받고 명예와 성공으로 나를 자극했길 바랬다.
스토너의 삶에서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 비추어지기도하고, 그레이스에 나와 동생이 보이는 듯했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갑자기 눈물샘이 펑!하고 터졌다. (또르륵 아님, 펑! 이 맞음)
많은 사람들이 광활한 우주에 빛나는 별에 삶을 비유한다.
스토너의 삶은 황홀하게 반짝이는 별과 거리가 멀었다.
그의 존재는 빛나지 않았다. 별과 별 사이 그 어둠처럼 잔잔하고 적적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소리없이 치열하게 존재했다.
치열하게 존재함
어리석었을지라도,
그는 삶을 처음 살았을 뿐이었다.
돌아보니 주어진 모든 순간에 그는 간절했다.
마음이 아린다.
이 책의 여운이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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