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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공 쌓기/취미 [사이] 재미

[문학- 좋은 시 | 예쁜 시] 20대 초반, 참 좋아했던 시 모음 - 1 <부제 : 그때 내가 참 사랑했던 시 모음>

제2의 사춘기가 아주 크게 왔던,

20대 초반에 난 한참 시에 빠져있었다.

혼자 있을 때면, 감성에 젖어

좋은 시를 모아서 일기장에 써 놓기도하고 벽에 붙여놓기도하고 그랬다.

감동도 받고 위로 받고, 가끔은 마음이 간질간질 해지기도 했었다.

 

욕심 많고 꿈이 많아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 넘치던.

그 반짝였던 ✨ "햇"청춘의 시간들을 돌아보며

몇 개의 시를 사랑했나, 일기장도 페이스북도 뒤져보는데,

숫자가 꽤 된다.

참 좋아했던 시들을 모아서 포스팅 한다.

 

시이이이작!


 

경계
박노해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시집 <겨울이 꽃핀다> 中


 

다친가슴으로
박노해

가을 산길을 걷다가
다친 새 한 마리 살려 보낸다고
손을 다쳤다

산은 다친 사람들을 품고
말없이 치유해 보내느라
숲을 많이 다쳤다

나는 누구하나 제대로
품어 살리지도 못하고
가슴만 크게 다쳤다

가을 서리는 내리는데
나는 몸이 시린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하나 보내지도 못하고
깊이 다친 가슴을 문지르며
고개 숙여 가을 길을 걷는다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말아라>


 

사랑
한용운

봄 물보다 깊으니라
가을 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 말하리


 

비밀
한용운

비밀입니까, 비밀이라니요,
나에게 무슨 비밀이 있겄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대하여 비밀을 
지키려고 하였습니다마는,
비밀은 야속히도 지켜지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의 비밀은 눈물을 거쳐서 
당신의 시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한숨을 거쳐서
당신의 청각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의 비밀은 떨리는 가슴을 거쳐서
당신의 촉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밖의 비밀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되어서
당신의 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고 마지막 비밀은 하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소리 없는 메아리와 같아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깊은 물
도종환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녁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꽃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 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의 시냇가 여울을


 

오늘도 바람불고
도종환

어제 불던 바람이 오늘도 붑니다
견딜 수 없어 싸리꽃 한 무더기 바람에 넘어집니다
어제 피었던 꽃들이 오늘 시들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 있습니까
고요한 뼈 하나로 있습니까
나는 아직 살아서 봄풀 사이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습니다
빛나던 것들도 하나씩 재가 되어 떨어집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걸 알면서
오늘도 지향 없는 길을 많이 걸었습니다
나는 지금 당신의 어디쯤 와 있습니까
오늘도 바람 불고
싸리꽃 한 무더기 바람에 넘어집니다
시집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中


 

너랑 상관없다고 말하기엔 이 봄이 너무 예뻐
최인숙(산호수)

꽃이
한꺼번에 피고
한꺼번에 진다면
사랑은
얼마나 쓸쓸하겠어?
띄엄띄엄 말하고
하나하나 알아가고
손에서 손으로
사랑은 오고 또 깊어지고
참 예쁜 봄이야, 오늘은


항상 불안하고 떨리던 그 마음을 어루만주어 주던 시들.

그 때 방황했던 그 마음들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도 가끔은 불안하고 떨리지만, 불편하지 않다.

이렇게 성장 하나 보다.


이 포스팅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몇 편의 시들이  위로와 감동이 됐길 바라면서

총총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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