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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내공 쌓기/생각 & 성장

각오한 준비된 '끝' - 아쉬움과 망각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 

Unsplash (c) Adam Winger

덜컥 끝내 버렸다. 제출기한 2주를 남기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는 바람에 끝이 주는 아쉬움을 망각한 채로 정신없이 집중했다. 작은 실수라도 후회하기 싫어서 제출 직전까지 여러 번 재독 하고 제출했다. 그리고 모두가 큰 산을 넘었다며 축하했다. 끝난 게 후련하다며 기쁨을 내비쳤지만, 아쉬움도 나를 크게 덮쳤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기도 전에 아쉬워지는 게 참 희한해서, 학위 논문을 제출했던 매 순간들을 곱씹었다. 그때는 마냥 행복했었던 것 같은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

근 한달간, 친구들의 결별 소식, 이직 그리고 귀국 소식......나의 개인적인 학위의 끝 말고도, 유독 '끝'을 많이 접했다.  나는 그 어떤 '나'로도 대체될 수 없지만, 나 '홀로'된 그 자체로 규정할 수 없다. "요즘 잘 지내?"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잘 지내는 '나'는 다분히 주변들로 인한 것이다. 속 시끄러운 나 말고도, 밖으로도 주변 환경들이 바뀌어지니 나도 변한다. 끝을 맞이한 나는 나 혼자 괜찮은 채로 괜찮지지 않는 것 같다. 

단단한 마음을 먹고 각오한 준비된 끝이어도, 끝은 끝! 이다.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고.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 지난 시간들은 분명하지만 허망하기도 했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서운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다그친다.

"사실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서. 흥ㅋ"

끝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열심히 살았다고 결론 지어 말할 수 있겠으나, 많이 힘들어서 해치우는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었던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면, 또 그러한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힘들면 힘든 대로 고스란히 아파야 성장하는 것 을 알면서도 그냥 아프고 괴로우면 회피하기 바빴다. 얼마나 더 커야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끝의 끝엔 또 다른 시작이 있는 것도 알고 모든 시작과 마무리에 잘 준비한다고 해도 부족하다. 언제나 부족한 채로 시작했고 완벽하지 못하는 것도 알면서도 항상 아쉽다. 그나마 어렸을 땐, 아쉬움에도 다음을 기약하며 씩씩하게 살아졌던 것 같은데, 나이 들더니 겁만 많아졌나 보다. (고작 나이 좀 먹는다고 핑계만 좋아졌다.) 

모든 것엔 끝이 있다는 것. 모르지 않지만 제법 자주 잊고 산다. 그게 또 감사하다. 어떤 순간은 영원같아서 덕분에 단순해지기도 하고 집중하며 몰입할 수 있는 거겠지? 아직은 잘 모르겠는 아쉬움 가득한 끝맺음 그리고 무섭고 불안하고 또 어떠한.....? 꼭! 필요한 시간이 지나간다. 아쉬움은 채워지지 않은 채어야 충분한 아쉬움이 듯, 이대로 망각하며 살겠다. 잠시 잠깐 잊으며 사는 게 오묘하다. 잊고 살고 잊혀지며 살다 다시 시작하고 마무리를 반복하며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완결될 내 인생을 응원하는 걸로 하자. 끝!!!이다. 그리고 다시 또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