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왔다. 함박눈이 소복히 싸여 온 사방이 깨끗한 이불을 덮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누구 한명 쌓인 눈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눈을 뭉치고 굴려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길가에 쌓인 모든 눈은 이리저리 길모퉁이에 밀어내고, 눈 위를 스키와 썰매가 휩쓴다.
눈 내리는 그대로 소복히 쌓인 눈은 스미듯 잘 녹는다.
뭉치고 굴리리니, 햇살 앞에서도 쉽사리 녹지 않는다.
눈이 걱정 같다.
쌓인 눈 그대로 두지 못한다. 밀어내고, 뒤적이고, 해쳐서 뭉치고 굴린다.
그대로 두면 투명히 쉽게 녹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걱정을 굴리고 굴려 불어나면 햇살 아래 눈덩이 처럼 고집스러워진다,
바람이 살랑이는게 제법 따뜻하다.
언젠가 녹는다. 걱정이 녹아내린다.
마음이 녹 듯 - 눈이 녹는다.
그래, 다시 봄이다.
2021년 2월 18일, 산책하다 문득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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